러시아 육상 금메달 휩쓴 건 도핑 때문? 정보기관 동원 은폐 의혹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에서 육상선수부터 스포츠부, 정보기관까지 모조리 연루된 ‘초대형 도핑 스캔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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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반도핑기구(WADA)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육상 선수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고도 조직적인 반도핑 규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반도핑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WADA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육상 800m 챔피언 마리야 사비노바(30)를 포함한 러시아 육상선수 5명과 코치 5명에 대해 “영구적인 자격 박탈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리처드 파운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스캔들에 대해 "구소련의 잔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WAD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내년 8월에 예정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모든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WADA는 또 러시아반도핑기구에 대해서도 허가 취소를 권고했다. 이 기구를 이끌고 있는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지난해 12월 국제조사단이 반도핑 규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기 직전 1400여건의 도핑테스트 자료를 파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 WADA의 주장이다. 또 러시아 스포츠부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까지도 선수들의 도핑 판정에 조직적으로 간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총 2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러나 금메달 행진 뒤에는 선수들과 IAAF, 러시아 스포츠부까지 힘을 합세해 도핑 혐의를 은폐한 것으로 WADA는 보고 있다.

위원회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이번 스캔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IAAF는 최근 뇌물 수술과 도핑 은폐 혐의 등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었다. 라미네 디아 전 IAAF 전 회장은 2011년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10만 유로(약 1억2000만원)를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았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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