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중국의 호텔 사냥 무섭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중국 여행객이 해외에서 얼마나 쓸까

중국이 무섭게 글로벌 호텔을 사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상하이 진장국제호텔과 하이난 에어라인의 모회사인 HNA그룹,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가 지난 두 달 동안 각각 중국 정부에 스타우드 인수 제안을 신청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스타우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 역사상 최고가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스타우드 는 웨스틴, W호텔, 세인트 레지스 등을 보유한 호텔 체인으로 전 세계 1200개 이상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기업 가치인 12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M&A 협상 과정에서 적잖이 웃돈이 붙을 수 있다. 현재까지 중국 최대의 미국 기업 M&A는 2007년 중국투자공사가 사들인 모건스탠리의 지분 9.9%다. 그때 매입 가격은 56억 달러였다.

중국 기업 등의 해외 유명 호텔 M&A는 2013년 이후 본격화했다. 그해 부동산 재벌 완다(萬達)가 런던 호텔을 사들인 게 계기였다. 올해엔 안방보험그룹이 미국 최고급 호텔인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를 20억 달러(약 2조2700억원)를 주고 매입했다. 또 다른 중국 보험사인 양광보험그룹은 지난 5월 뉴욕 바카라호텔을 2억3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영국 부동산투자 컨설팅회사인 새빌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자본이 더욱 공격적으로 호텔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2017년엔 전 세계 호텔 M&A의 4~10%(금액 기준)를 중국이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자원과 정보기술 기업, 업무용 빌딩에 이어 호텔 인수시장에서도 가장 큰 손으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의 외국 호텔 사냥은 유커(遊客)를 겨냥한 투자다. 세계 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2019년에 유커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은 2600억 달러(약 29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리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2380억 달러)보다 많은 돈이다. 지난해 유커의 해외 씀씀이는 1600억 달러 정도였다. 5년 사이에 중국인 해외 관광 지출이 62% 이상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중국 기업이 해외 호텔을 사두면 자국 관광객만으로도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