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연 수입 … 로펌 빅5의 1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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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콩알이나 세는 사람(Bean Counter)’. 영미권 변호사들 사이에선 회계사를 이렇게 칭한다. 쩨쩨하게 숫자나 따지고 있는 직업이란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요즘 글로벌 로펌들이 이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회계법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법률 서비스 부문을 회사 안에 설치하고 있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PwC나 언스트&영 등 글로벌 메이저 회계법인 법률 부문의 변호사 숫자가 어지간한 로펌보다 많다.

회계법인 공세에 로펌 고전

 로펌이 회계법인의 공세에 시달리는 이유로는 로펌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약점이 지적된다. 로펌 대부분이 전문 경영자가 아니라 변호사에 의해 경영돼 효율성이 낮은 구조다. 상대적으로 자금력도 취약하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5대 로펌의 지난해 수입이 딜로이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회계법인과 로펌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영국·호주·멕시코에선 회계법인이 로펌을 지배할 수 있다.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 등에선 양자 간 공조가 가능하다. 회계법인 언스트&영이 2013년 중국 로펌을 합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변수는 미국·인도·브라질 등 몇몇 나라에서 회계법인이 로펌을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회계법인이 높은 효율성을 활용해 저렴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 밖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회계법인과 로펌의 경계를 허물면 로펌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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