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 영화 '나쁜 나라' 개봉 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의 개봉이 연기됐다. 23일 세월호 생존 학생 가족들에 따르면 ‘나쁜 나라’는 오는 29일 서울과 인천·부산·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의 10여 개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다가 개봉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이는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자신들의 얼굴과 모습이 담긴 영화가 상영되는 걸 꺼렸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생존 학생 75명 중 70명 이상이 ‘아직 가시지 않은 충격과 아물지 않은 상처가 커질 수 있다’며 영화 상영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생존 학생 아버지 장모(46)씨는 “생존 학생들이 사고 직후 전남 진도에서 안산으로 올라올 때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일부 악성 댓글을 남기는 네티즌들 탓에 힘겨워했다”며 “영화 개봉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배급사와 제작진 측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생존 학생들의 얼굴 등이 나오는 장면을 완전히 삭제하는 재편집 과정을 거쳐 개봉 날짜를 새로 정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개봉은 한 달 이상 미뤄졌다. 23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시사회 등도 모두 연기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제작진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개봉 연기 사실을 알리며 생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제작진은 “세월호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담아낸 일부 장면이 의도하지 않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나쁜 나라’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유족들, 단식 농성과 도보 순례를 하는 유족들, 친구를 잃은 생존 학생들의 1년여 동안 모습을 담은 117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가 제작하고 김진열·정일건·이수정 감독 등이 연출을 맡았다. 내레이션은 배우 문소리씨가 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