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학원생 “흥남철수 기적은 위대한 인류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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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파이브’ 이경필 원장(가운데)이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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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옷 투피스를 북한에서는 뭐라고 하죠?” ‘북한 알기 골든벨 퀴즈’의 사회를 맡은 박영호 강원대 교수(1090운동 이사)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재기 넘치는 답변을 쏟아냈다. “두벌의류” “분단옷” “동강옷” 등등. “네. 정답은 ‘동강옷’입니다.” 20여 개의 퀴즈를 푸는 동안 정답을 맞힌 학생과 틀린 학생 모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북한 주민의 삶을 자연스럽게 알아 갔다.

강원대서 북한 알기 토크 콘서트
피란선서 성탄절 태어난 이경필씨
“한반도 평화는 내 숙명” 나눔 강조

 지난 21일 오후. 강원도 춘천 강원대 사회과학대학 대강당에서 1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090 북한 알기 토크 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이 행사는 민간 통일운동 단체인 사단법인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이하 1090운동)이 주최하고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이 주관, 통일부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는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북한 군사 바로 알기’ 강연과 ‘북한 알기 골든벨 퀴즈’에 이어 이경필 원장의 ‘기적의 김치 파이브 이야기’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단에 오른 채 위원은 최신 사진과 동영상을 동원해 북한군의 역사·전력·실태 등을 분석하며 북한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군사·문화 선진국”이라며 “이런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과의 교류와 대화를 주도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요한(26·정외과 4학년)씨는 “북한군의 실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 무력 도발 때마다 내심 불안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이 생겼으며 국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채인택 위원이 청중과 이야기를 이어 가던 도중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김치 파이브’로 유명한 이경필(65) 장승포가축병원장이 거제도에서 막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단연 이 행사의 스타였다. 그는 1950년 흥남철수 당시 피란민 1만4000명을 구한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다섯 명의 생명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1000만 흥행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흥남철수 당시 탔던 바로 그 배다.

 이 원장은 강연에서 “한반도 평화와 피란민을 제 가족같이 받아준 거제도민에 대한 은혜, 자신의 숙명과 나눔”을 강조하고 “흥남철수작전 기념공원’이 조성될 때까지 뛰고 또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치 파이브’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는 프랑스 유학생 모틴 딜런(23·정치학 석사과정)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올라선 한국의 기적적인 성장 원동력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면서 “이런 위대한 인류애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이 존재함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기석 교수(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장)는 “취업 준비와 스펙 쌓기에 바쁜 요즘 학생들에게 북한과 통일은 사실 먼 이야기였다”며 “오늘 함께 소통한 ‘북한 군사 문제’와 ‘김치 파이브 이야기’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문제에 집중해 학생들에게 방향 제시를 제대로 해줬다”고 평가했다. 1090운동은 ‘북한 알기가 통일이다’라는 모토 아래 미래 통일 세대인 대학생·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한 교육 사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글=안정호 1090 평화와 통일운동 연구원 an.jungh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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