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토 범위’ 불씨만 키운 한·일 국방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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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일 열렸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는 걸 명확히 하겠다”던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한국 영토’의 해석을 둘러싼 불씨만 키웠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본 측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유효지배 범위, 휴전선 남쪽”
북 진입은 한·미·일 협의로 결정
“회담 내용 흘린 건 일본의 전략”

 회담에 참석했던 국방부 당국자는 21일 기자실을 찾아와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을 직접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이른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잘 협의해 나가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언론에 한·미·일 간에 협력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공개하기로 합의했었다”며 “그런데 일본 측이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할 때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이 진의와 달리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발언한 취지는 한·미·일 간에 협력해 나가기로 한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잘못 전달이 됐으면 일본 측에서 바로잡아야 하는데 굳이 한국 국방부가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 취지를 거론하며 해명한 건 외교적으로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위대의 북한 진입 문제를 한·미·일이 협력해 나간다고 합의한 것은 일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나카타니 상이 회담에서 한 얘기를 방위성 당국자가 흘린 건 일본의 치밀한 전략일 수도 있다”며 “일본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날 “일본의 군사활동에 대해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전수방위 원칙 하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문서로 확약했다”며 “일본 측은 합의문서에서 타국 영역 진입 시 해당 국가의 동의를 받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북한 영역과 관련된 문제는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협의되어야 할 사안으로 유사시 우리의 국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미·일 협력(DTT)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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