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화맥 잇는 허진 개인전 … 운림산방 선조들 초상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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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53·사진) 전남대 교수는 전남 진도군 운림산방의 5대손이다. 소치 허련(1807∼92)부터 미산 허형(1862∼1938), 남농 허건(1908∼87)으로 이어지는 남도 화맥을 잇는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고즈넉한 산수화가 아니다. 세상의 모순을 고민하는 현실비판적 회화다. 도심 속 인간의 익명성·소외, 동물과 인간의 관계 등이 반추상 화면에 펼쳐진다.

 서울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묵시’(1988∼91)를 시작으로 ‘유전’(1990∼92), ‘다중인간’(1992∼92), 현대인의 자화상(1995∼97), 익명인간(1997∼2005) 등의 연작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의 그림 속 생명체들은 떠돌고 이종융합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한다.

  허씨가 21∼27일 서울 인사동길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유목과 순환’을 연다. 화단에 나온 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운림산방 선조들의 초상을 선보인다. 할아버지 남농의 대표작인 소나무도 자기식대로 그렸다. “젊은 날 ‘나와 상관없다’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뛰어넘고 싶은 큰산이었던 선조들의 무게와 화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02-733-1981.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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