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세계적 트렌드 … 한식 경쟁력 무궁무진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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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그래머시 터번’의 총괄셰프 마이클 앤서니가 창녕 조씨 종갓집을 찾아 송편 식재료를 담은 놋그릇 상차림 앞에 앉았다. [사진 한식재단]

“농담처럼 말하자면 한식은 ‘패스트푸드(fast food)’입니다. 오랜 시간 숙성된 재료들일지라도 자연에서 갓 건져 올린 듯 신선하고 지역색을 띕니다. ‘땅에서 곧장 식탁으로’라는 의미에서 패스트푸드, 곧바로 먹는 음식이지요.”

미국 스타 셰프 마이클 앤서니
평창 월정사, 강릉 선교장 방문
전통음식 찍어 미국서 방영 예정
미국 요리사 85% 발효에 관심
레시피, 앱으로 공유 노력 필요

 미국 뉴욕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그래머시 터번(Gramercy Tavern)’을 이끄는 총괄 셰프 마이클 앤서니(47)가 한국을 찾았다. 한식재단 초청으로 평창 월정사, 강릉 선교장 등을 방문해 사찰·종가 음식의 내력을 듣고 시식을 했다. 모던 한식 레스토랑 등 서울 맛집 투어를 포함한 7박8일 일정은 미 NBC TV의 ‘투나잇쇼’ ‘뉴욕 라이브’ 등 주요 토크·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통해 연내 방영될 예정이다.

 앤서니는 미국 요리계의 최고권위로 꼽히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서 2012년 뉴욕 최고 셰프로 선정됐다. 지난 5월 새 단장해 문을 연 휘트니 미술관 1층에 72석 규모의 레스토랑 ‘언타이틀드(Untitled)’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뉴 아메리칸 퀴진(cuisine)’을 선도하는 셰프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제철’과 ‘지역성’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쿡·셰프들과 일할 기회가 늘면서 한식에 자연스레 눈을 떴죠. 한국에 와서 사계절을 담아내는 제철음식에다 젓갈·장아찌 등 자연식 저장방법을 직접 확인하니 수천 년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해요.”

 그는 세계무대에서 한식의 매력을 ‘젊음’으로 표현했다. 한국이 K팝을 비롯해 패션·영화 등에서 젊은 이미지로 각인된 데다 아직까진 한식이 격식 없는(informal) 음식으로 이해되고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심지어 한식이 한마디로 “재미있다(fun)”고 했다.

 “조화를 중시하는 프랑스식이나 순수·신선을 강조하는 일식과 달리 한식은 다양한 맛으로 흥분(excitement)을 줍니다. 아직까진 이국적인 음식으로 이해되지만 빠르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어요.”

 특히 세계 음식계의 트렌드가 된 ‘발효’가 한식의 고유 특성이란 데 주목했다.

 “지금 미 요리사 85% 정도가 발효와 자연 저장을 화두로 삼아요. 한국 출신 요리 유학·취업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죠. 이들이 창의적인 음식을 쏟아낸다면 10년 내 한국이 미국 요리사들의 최대 관심 국가가 될 겁니다.”

 앤서니 셰프도 한식을 바로 미국 식문화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제가 사찰·종가 음식을 먹으면서 느꼈던 이 계절, 이 산과 들판을 뉴욕 식당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요. 그 건강한 기분을 전달하면서 저만의 창의적인 요리를 하고 싶어요.”

 한식을 보다 외국인 입맛에 맞게 순화시키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놀랄 만한 정보통신(IT)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가. 식재료와 레시피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교육·공유하는 방법을 연구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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