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미 '나무외교'…조지 워싱턴 자택서 자라던 튤립나무 선물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만난 한·미 외교수장들이 양국의 우정을 확인하는 ‘나무 외교’를 선보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우호의 밤’ 행사 축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에서 바로 가져온 튤립나무(묘목)를 선물했다. 1680년대부터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이 나무는 300피트(약 91.4m)까지 수명이 300년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가 “그래서 윤 장관에게 ‘(굉장히 크게 자라는 나무이니)이 나무를 거실에 두진 말라’고 말해줬다”는 농담을 하자 청중은 웃음을 터트렸다.


케리 장관이 준비한 튤립나무는 목련과에 속하는 활엽수로 초여름에는 튤립을 닮은 화려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백합나무라고도 불린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생장이 빠르고, 케리 장관의 말처럼 100m 이상까지 크게 자라는 나무다.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가는 튤립나무처럼 계속해서 성장하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나무를 가져왔다는 마운트 버넌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자택이 있는 곳이다. 대대로 워싱턴 가문의 소유지였으며, 1799년 그가 눈을 감은 곳이기도 하다. 포토맥강 서안에 위치해 있다.


케리 장관은 “이렇게 보은을 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그가 언급한 ‘보은’은 지난 8월 윤 장관이 소나무를 선물로 준 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8월 북극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의에서 윤 장관은 소나무 사진 한 장을 꺼내들며 “이 사진 속 묘목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5월 케리 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서울 한남동 윤 장관의 관저 뜰에 있는 소나무를 보고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을 기억하며 윤 장관이 준비한 깜짝선물이었다.


얼마 뒤 외교부는 주미 한국 대사관을 통해 케리 장관에게 적송 묘목 한 그루를 보냈고, 케리 장관은 이를 보스턴에 있는 자택에 심었다고 한다. 한미동맹이 변함 없는 ‘늘 푸른 동맹’임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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