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대학 간판 대신 꿈을 택한 예비 디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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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인데 왜 꼭 대학에 가야 하나요.”

패션 전문학교 ‘에스모드 서울’서 만난 한휘종씨

 지난 8일 강남구 신사동 ‘에스모드 서울’에서 만난 학생 한휘종(23)씨의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왜 대학의 의상 관련 학과를 가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에스모드 서울은 3년제 패션 교육기관이다. 패션을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학력에 관계 없이 다닐 수 있다. 한씨를 만난 8일은 그를 포함한 이곳의 2학년 학생 90명이 참가한 작품전시회가 열린 날이었다. 학생들은 먼저 ‘오늘 뭐 입지’(www.wiwt.net)라는 이름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자신들의 작품을 거기에 올렸고, 이날 그 작품들을 전시·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씨가 처음 디자이너를 꿈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188cm로 키가 큰 편이라 모델이 되어 볼 생각에 유명 모델 에이전시에 오디션을 봤는데, 다 떨어졌어요.” 실망한 그에게 어머니는 디자이너의 길을 제안했다.

 고3 때 그는 대학을 포기하고 에스모드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 “옷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대학은 제가 원한 곳이 아니었어요. 저는 옷을 더 많이, 더 제대로, 더 짧은 시간에 배우고 싶었거든요. 내 브랜드를 만드는 데 학위보다 중요한 건 실력이니까요.”

 처음부터 대학에 가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가 다니던 경기도 안산의 양지고는 인문계 일반고였다. 반 친구들은 다 대입을 준비해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안 한다고 하면 다들 ‘공부 못했지’라고 물어보시는데 저, 공부 못하지 않았어요”라며 웃었다. 그의 내신은 3등급이이었다. 대학 진학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는 사설 교육기관에서 패션 배우기를 선택했다.

 한씨의 결정을 부모님과 담임교사는 말렸다. 어머니는 “정상적인 길을 걸으라”며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지만 1개월이 넘는 그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담임교사는 더 강경하게 반대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란 걸 나에게 증명하지 않으면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담임교사를 설득하기 위해 면담 후 첫 번째 시험에서 평균 70점대였던 언어영역 성적을 90점대로 올렸다. 그러자 선생님도 “네게 졌다”며 그를 지지해주기 시작했다. 그가 졸업한 후 선생님은 그를 불러 대학 외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멘토링을 부탁하기도 했다.

 졸업 후 계획에 대해서 묻자 그는 “패션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좋고 동대문 디자이너도 좋다”고 답했다.

 “동대문에선 디자이너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라’라고 하는 오너가 많아 제가 꿈꾸는 브랜드를 구현할 기회가 많아요.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좋은 스펙이 생기는 거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원하는 옷을 만드는 거죠.”

 만난 사람=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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