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위대한 탈출의 저자 앵거스 디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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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앵거스 디턴(7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소비와 복지, 빈곤의 관계 등을 규명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디턴 교수에게 수여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디턴 교수가 '소비자가 여러 상품을 구매할 때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한 사회가 소득 가운데 얼마를 소비에 배분하고 저축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복지 수준과 빈곤을 측정할 수 있을까'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이론화했다"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미시경제학자다. 게임이론이나 금융·투자 이론가를 뺀 미시경제학자가 노벨상을 받기는 1992년 고(故) 게리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 이후 23년 만이다. 위원회는 이날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소비'라는 단어를 먼저 밝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소비를 연구한 학자 가운데 선정했다는 의미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디턴 교수가 미시경제학자여서 경제정책 현안과 거리가 다소 있다"며 "다만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위축된 시대에 소비이론을 연구한 학자에게 노벨상이 돌아갔다"고 전했다.

디턴 교수는 학계에서 '디턴 패러독스'로 유명하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소득이 줄어들거나 늘면 소비는 더 큰 폭으로 줄거나 늘어난다. 하지만 디턴 교수가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의 변동폭이 소득보다 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디턴 교수는 평소 "소비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소득 감소를 대비해 저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영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이중 국적자다. 그는 1945년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딘버러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경제학과 소비자 행태(Economics and Consumer Behavior)』『소비 이해(Understanding Consumption)』등이 있다. 그의 저서 가운데 2013년에 펴낸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은 국내에 번역 소개돼 있다.

디턴 교수는 『위대한 탈출』에서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서 자본과 경제 성장이 인류를 빈곤과 궁핍에서 구해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빈곤과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을 "인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탈출"이라고 했다.

디턴은 "성장의 부산물로 불평등이 초래됐지만 경제성장의 큰 방향은 전 세계의 발전과 궁극적인 평등을 가져왔다"고 했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런 그의 주장은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디턴 교수는 올 12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황금 메달과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2000만원)를 받는다.

강남규·하현옥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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