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사진전 여는 구례군청 김인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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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 수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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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그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 너머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들려온다.

"아직도 산수유가 필려면 좀 더 기다려야되겠는데요. 아마 다음주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

전화로만 봄 꽃 소식을 물어보는 기자에게 그가 더 미안해 하며 말끝을 흐린다. 그는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구례를 떠난 적이 없다.  봄이 되면 산수유 마을로 알려진 상위마을에 매일같이 찾아가서 개화 상태를 체크한다.

구례에 살면서 고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다. 그는 지난 1990년 구례 군청 사진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인호(53)씨 이야기이다. 그의 아버지도 구례군청 사진 담당 공무원이었다. 2대째 고향 땅의 아름다운 풍광을 렌즈에 담고 있으니 어찌보면 사진 찍는 것이 천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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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면 수산동면 반곡 대양마을의 옛모습

그가 찍은 고향 사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중에서도 눈속에 파 묻힌 빨간 산수유 열매를 가장 좋아한다. 흰눈과 대비되면서 더욱 더 샛빨간 산수유. 그는 "피를 토하듯 붉디 붉은 산수유 열매를 보노라면 황홀경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산수유는 지난 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3호'로 지정됐다. 올 해 지정 1주년을 맞아 그가 사진전을 연다.

'과거-현대-미래를 이어주는 산수유 마을'을 주제로 열리는 '구례 산수유 마을 사진전'은 두 차례 나눠 개최된다. 동편 소리 축제 기간에 구례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은 지난 7일 개막해서 이달 18일까지다. 이어 산수유열매축제 기간에는 산동면 지리산나들이장터(10월 23일∼11월22일)에서 이어진다.

이번 사진전에는 공무원이 되기전부터인 지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현대화 되기 전의 상위, 현천마을 전경 및 산수유 수매를 찍은 사진 20점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열린 제1회 산수유꽃축제 및 산수유마을 풍경 사진 20점, 현재 산수유를 수확하는 산동주민의 모습 및 눈꽃과 어우러진 탐스럽고 아름다운 산수유 열매 관련 사진 30여점 등 총 70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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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씨

"눈 덮인 산수유 열매를 찍기 위해 몇년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사진들을 보니 그 당시 고생했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김씨는 산수유 사진전을 계기로 지리산 품에 안긴 고향의 풍경을 알리는 사진전을 매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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