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윤 기자의 교육카페] 툭하면 바뀌는 수능 … 입시개혁? 학부모는 등골이 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기사 이미지

성시윤
교육팀장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너무 자주 바뀝니다. 올해 고교 1, 2, 3학년이 보는 수능이 제각각입니다. 올해 수능에선 국어·수학이 A·B형 두 가지 난이도로 출제됩니다. 내년 수능에선 국어는 하나로 출제되고 수학은 수년 전의 가·나형으로 돌아가며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됩니다. 내후년 수능에선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뀝니다. .

 학생과 학부모·교사는 짜증이 납니다. 가뜩이나 입시가 복잡해 기존 제도도 이해하기 힘든데 ‘좀 알 만하다’ 싶으면 바뀌니까요. “60만 수험생 대상으로 교육부가 실험을 하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바꿉니다. 왜 그럴까요.

 전직 교육관료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돈은 거의 안 들면서도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장관이나 관료는 수능에 손 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곱씹어 볼수록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은 임기 중에 ‘입시 개혁’ 비슷한 것을 했다고 평가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수능을 손보는 데는 예산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 같은 정책은 종종 ‘재원 조달’이란 벽에 부닥칩니다. 반면 수능 개편은 정책연구 보고서를 만들고 한두 차례 공청회를 연 뒤 “이렇게 바꾸겠다”고 발표하면 그만입니다.

 따져보면 정부 예산만 안 들 뿐 사회적으론 엄청난 ‘적응’ 비용이 발생합니다. 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합니다. 사교육 업계는 ‘바뀌는 수능을 일찍부터 이해해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며 학부모에게 다가갑니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수능을 바꾼다”고 하는데 사교육 업계에선 “교육부가 참 고맙다”고 합니다. 입시제도를 섣불리 바꾸는 것은 참 ‘나쁜’ 정책입니다.

 물론 입시에 문제가 있는데도 그냥 방치만 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현 정부 임기 중에 바꾸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합니다. “수능에 들어가면 딱”이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임기 중에 수능이 바뀌는 사례는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됩니다. ‘임기 중 실행’ 욕심에 서둘러 수능을 바꾸고 곧바로 부작용이 나타나 다음 정부가 수능을 또 바꾸는 악순환을 학부모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굳이 바꾸겠다면 “이 정부가 아니라 차기 혹은 차차기 정부에서 처음 시행되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며 시작해야 합니다. 교육이 매년 바뀌는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여선 안 됩니다.

성시윤 교육팀장 sung.siy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