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매달 책 1천권 선물하는 '良書 전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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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좋은 매개체입니다."

우림건설의 심영섭(沈榮燮.48)사장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양서(良書)전도사'로 통한다. 매달 1천여권의 책을 사들여 임직원은 물론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권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책을 골라 한 권씩 보내는 이 일을 그는 '책 나눔'이라고 부른다.

학창시절 문예반 활동을 했던 沈사장이지만 처음부터 책 나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던 것은 아니다. 1996년부터 간간이 책을 선물해 왔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책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

직원수가 3년 만에 10배로 늘어나면서 다른 회사에서 영입한 많은 직원과 '문화 코드'를 맞출 필요를 느꼈고 직원과 일일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책 나눔을 떠올린 것이었다. 일이 바빠지면서 소홀해진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도 책 선물로 풀기로 했다.

사내복지기금에서 매달 1천만원 정도를 쓸 정도로 이제는 대규모가 됐지만 沈사장의 성의는 늘 처음같다. 그는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좋은 책을 고르고 책을 줄 사람들을 선정한다. 그리고 책 앞머리에 '추천의 변(辯)'이나 추천 시(詩)를 직접 쓴다.

지난 4월에는'인듀어런스', 5월에는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골랐고 이번달엔 '사무라이 윌리엄' 등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예정. 이렇게 전달한 책이 지금까지 어림잡아 2만권에 이른다.

책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좋다. 우선 회사 분위기가 '문화적'으로 바뀌었다. 월례회 땐 사장이 시를 낭송하고 주간회의 땐 사원이 시를 낭송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직원들끼리 어울려 영화나 연극 등을 단체로 관람하며 동료애를 다지기도 한다. 함께 이런 활동들을 해도 다른 기업들에선 있을 법한 감상문 제출 같은 건 없다.

사외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이제는 거꾸로 매달 좋은 책을 골라 沈사장에게 보내주는 이들도 10여명이나 된다. 그는 "투자비를 뽑게 됐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책을 주고 받는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자랑스러워 한다.

"'무식한 건설업계' 사람이 책을 건네니 처음엔 당황해 하던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沈사장은 "어울려 밥먹고 술마신 사람보다 책 한권 주고 받은 사람이 더 친해지게 마련"이라며 "앞으로도 평생 책 나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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