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파업] 정부 "법대로 처리" 으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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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8일 조흥은행 노조가 전격적으로 파업에 들어가자 파업 주동자를 사법 처리키로 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조흥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노사 문제를 푸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가 이날 오전 고건(高建)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 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조흥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동자를 사법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앞으로 줄줄이 예고된 노사분규에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는 특히 조흥은행 파업이 한국노총의 '지시'를 받는 형식으로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했던 한국노총이 앞으로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조흥은행 노조의 불법파업을 방치할 경우 노사분규가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얘기다.

정부는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에 강경 대응할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비상대책을 가동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검사역 10명을 조흥은행 서울 강남전산센터와 청주 백업센터에 파견한 데 이어 전산 필수요원 82명을 이미 확보해 전산망의 가동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

또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산업은행 등 17개 은행이 조흥은행 예금을 대신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조흥은행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해 주도록 했다.

정부는 파업에는 강경 대응키로 했으나 대화창구까지 닫아두지는 않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직 노조 측의 (대화)요청은 없다"며 "조흥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1차 대화창구가 되지만 정부가 풀어야 할 일이 있다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 이후 고용승계 문제 등은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이날 홍석주 조흥은행장 등 시중.중앙은행장 2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연 오찬간담회에서 조흥은행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송상훈.정철근 기자 <mode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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