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진공청소기’ 김남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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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청소기’김남일(26·전남 드래곤즈)이 돌아왔다.

유럽 리그에서 실력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짧았던 네덜란드 생활을 청산해야 했지만 얼굴에 그늘은 없어 보였다.‘귀여운 터프함’은 여전했다.

“나름대로 배우고 새롭게 느낀 게 성장의 바탕이 된다면 좋은 것 아니냐”며 담담하게 말했다. 7개월만의 국내 복귀전인 광주 상무전을 앞둔 17일 밤 전남팀이 묵고 있는 광주 센트럴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복귀한 소감은.

"한국 오니까 좋다.컨디션 좋고 아픈 곳도 없다"

-네덜란드에서 배운 게 있다면.

“경기장에서 여유가 생기고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볼을 몰고 적진 깊숙이 파고드는 등 플레이 스타일이 좀 달라진 것 같던데.

“유럽에 가서 보니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임무를 다 하고 기회가 나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곤 했다.좀더 폭넓게 움직이는 등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 무대에서 실패했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내가 갈 무렵 페예노르트에서 칠레 선수를 데려오는 바람에 포지션이 겹쳐 엑셀시오르로 임대됐다. 유럽 선수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타이밍’이 안좋았다”

-엑셀시오르는 어떤 팀이었나.

“처음 테스트 경기를 할 때는 상당히 패기있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몇 경기 뛰어보니 생각보다 좋은 팀이 아니었다. 내가 실수하면 다른 선수가 제대로 커버해주지 못했다. 내가 뛴 8경기에서 전패했다”

-이영표(아인트호벤)·송종국(페예노르트) 등은 잘 적응하고 있는데 속상하지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다.그쪽 팀과 우리 팀은 전력 차가 분명히 있었다.이영표가 완전이적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난 중도에 돌아왔지만 후회는 안한다. 나름대로 배우고 느낀 게 많았기 때문에 그걸 내것으로 만들면 된다”

-올림픽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적도 있었는데 다른 포지션에 대한 욕심은 없나.

“내가 바꾸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고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내 스타일 상 지금 자리(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장 편하고 잘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또래 선수들 신혼여행 가는 걸 보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네덜란드에서도 친구(김기훈)와 함께 자유롭고 즐겁게 지냈다. 임자가 나타나면 생각이 바뀌겠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팬층이 상당히 넓어진 것 같은데.

“중고생 위주에서 20∼40대까지 넓어지고 있는 걸 느꼈다. 네덜란드에도 직장인과 주부들이 응원하러 왔다. 이 분들은 내 스타일을 알고 나를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 줘서 편안하다”

-팬들과 대화는 자주 하나.

“남들은 팬클럽 창단식도 하고 자주 만나기도 한다지만 난 그런 것 안하니까 팬들에게 죄송하다. 그러나 나는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산다. 대신 경기장에서 만나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잘 친다”

-월드컵 4강신화 이후 한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보나.

“분명 한 단계 올라섰다고 생각한다.경기 중에 예전에 나오지 않던 좋은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 것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느낀다.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선수들이 더 많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국내 구단들이 잡아두려고만 하는 게 안타깝다”

-앞으로 계획은.

“팀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고,나로 인해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선후배들에게 더 잘할 것이다. 해외 진출은 물밑으로 알아보고 있다. 꼭 유럽이 아니라 일본이라도 상관없다.일본을 거쳐 유럽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광주=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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