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갈피 못 잡는 북핵 정책 추슬러 북한 도발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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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정상외교가 끝났지만 기대와는 달리 북한의 도발 억제와 관련된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지구촌 핵 문제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북핵 해결임을 부각시키긴 했다. 하지만 미국·중국 등 주요 관련국들로부터 북한 도발 시 추가제재 약속과 같은 손에 잡히는 억제책을 끌어내진 못했다. 현재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을 진행하곤 있지만 북핵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겨우 회복된 남북대화마저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한 방 쏘아올리면 단박에 깨질 살얼음판이다.

 이처럼 답답한 국면을 풀어내려면 남북한은 물론 북핵 문제와 밀접한 미국과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미 오바마 정권은 이란 핵 문제에다 다가올 선거로 정신이 온통 딴 데 팔려 있다. 유일하게 북한에 힘쓸 수 있는 중국의 태도도 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최근 우리는 중국이 제 몫을 해주길 기대했었다. 박 대통령이 이달 초 베이징 항일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것도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당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어떠한 행위도 반대한다”며 북핵 해결에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그 이후에 보이는 중국의 행태는 자못 실망스럽다. 특히 지난 25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발표문에서 시 주석의 대북 경고 발언이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누가 봐도 북한 도발을 겨냥한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였다. 이런 의미 있는 내용이 발표문에서 누락되면 중국이 여전히 북한 편을 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다음달 10일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이나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당국은 하루빨리 갈피 못 잡는 대북 전략을 추슬러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