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길 이름 사업 효과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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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몇년 전부터인가 거리를 걷다 보면 길 어귀마다 붙어 있는 명패를 볼 수 있다. 풍무로.까치울로.잣나무로 등 각 길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여 사람들이 길을 쉽게 찾게 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확실히 실패한 것 같다.

도대체 길 가는 이들을 붙잡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의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길은 좁은 데다 골목들이 많은 우리나라 도시들에서 길마다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점은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이런 불필요한 사업을 벌이고 거기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차라리 길 이름을 붙이고 표지판을 세울 돈으로 횡단보도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청각신호기를 설치했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이런 우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할 때보다 신중하기 바란다.

이지희.경기도 부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