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연고 내세우며 한표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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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전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 대표 후보 합동토론회는 비표를 가진 당원만 입장한 때문에 빈 좌석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2천여명이 채 모이지 않았다. 경기장 밖도 일부 후보를 연호하는 소리들 외엔 그다지 가열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전.충청 지역 당원들의 표심을 움켜쥐기 위한 후보들 간의 공방은 뜨겁고 거칠었다. 당권 경쟁이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하면서 대세를 잡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진 것이다. 연설시간이 초과돼 마이크가 꺼지기도 여러번이었다.

최병렬(崔秉烈)후보는 연설 첫 머리에 "아까 서청원 후보가 인사하는데 함성이 대단했다"며 徐후보가 충남 천안 출신임을 의식, 徐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그러나 강재섭(姜在涉)후보는 "지난해 대선 패배 때 당의 대표로 선대위원장을 하던 사람이 또 대표가 된다면 국민은 한나라당이 변화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徐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김덕룡(金德龍)후보도 "대선에서 두번이나 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며 역시 徐후보에게 화살을 날렸다.

이에 徐후보는 "지난번 나는 대통령 선거 때 온몸을 다 바쳐서 싸웠다"며 "지금 여기 나와 있는 다른 후보들은 그때 뭐했느냐"고 정면으로 맞섰다.

김형오(金炯旿)후보와 이재오(李在五)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대표가 되면 국민은 한나라당이 역시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실망할 것"이라며 다른 네명의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각기 대전.충청 지역과의 독특한 인연을 내세우며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徐후보는 "고향은 역시나 푸근하고 따뜻한 곳"이라며 충청 지역이 자신의 본거지임을 과시했다.

후보들은 자신이 아닌 친인척의 인연을 내세우기도 했다. "내 제수씨가 충남 청양 출신이다"(崔후보), "장인이 서산 출신이고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다"(김형오 후보).

姜후보는 부인이 충청도 출신임을 앞세웠다. 李후보는 " 대전 교도소에서 몇년 살았다"며 투옥경력까지 거론하며 연고 찾기에 안간힘을 썼다.

김덕룡 후보는 "충절의 고장인 충청도 정신에 따라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18일에는 제주와 대구에서 연설회가 연이어 열린다.

대전=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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