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뉴스앱 띄우고 광고차단 기능 만들고 … 애플 “페이스북·구글, 한판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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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애플은 지난주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를 발표하면서 두 가지 주목할 만한 기능을 탑재했다. 첫째는 기존 뉴스스탠드 앱을 대체하는 ‘뉴스’라는 독자적인 앱이고, 둘째는 브라우저인 사파리에 장착한 광고 차단이다. 이 둘은 모바일 세계를 지탱하는 소중한 자원인 ‘쉽게 흩어지는 초점 있는 관심’을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애플은 페이스북이 모바일 뉴스의 최강자로 자리 잡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구글이 모바일 광고마저 쓸어갈까 염려했던 것 같다. 애플이 발표한 뉴스 앱과 광고 차단은 모바일 플랫폼 간 전쟁을 예고한다. 전쟁은 ‘이용자 관심’이란 영토에서 발발한다.

 인터넷 구석기시대에는 책상에 앉아야 운영체제를 켜고 프로그램을 띄워야 뭔가 할 수 있었다. 그 시대에 우리는 일과 중 일부를 ‘컴퓨터하기’에 따로 할당하기도 했다. 인터넷 신석기 혁명이라 불러야 마땅한 모바일 시대에 단말기는 항상 켜 있고, 운영체제는 잠을 자지 않으며, 정보는 끊임없이 드나든다. 이제 ‘컴퓨터하기’란 일 자체가 없어졌다. 모든 일이 그 일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에 특별히 귀한 것이 ‘초점 있는 관심’이다. 모두가 단말기에 머리를 박고 뭔가 보고 있지만, 실은 딱히 뭔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매한 관심’으로 그저 체크하고 있을 뿐이다. ‘초점 있는 관심’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전까지 말이다. 뉴스는 이런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자 관심을 낚는 거의 유일한 미끼다. 요청하지도 않은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낼 수 있는 자는 뉴스 제공자밖에 없다. 뉴스는 심지어 전화와 카톡도 못한 일을 한다. 내용으로 광고를 포장해서 전달한다.

 애플은 모바일 시대에 무엇을 뚫고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를 알고 있다. 이용자는 애플 뉴스에서 일단 언론사를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 하지만 알림 패널에 뜨는 뉴스는 정교하게 맞춘 뉴스다. 모바일 단말기란 사실은 ‘개인화된 계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디를 돌아다니고, 무엇을 검색하며, 어떤 앱에서 얼마나 돈을 쓰는지 계정 분석만 하면 애플은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애플은 이를 이용해 누구보다 치밀하게 이용자 관심을 분석해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애플의 광고 차단 기능이 교묘하다. 이는 표면적으로 이용자를 돕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 광고 때문에 이용자의 관심이 흩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이는 단지 광고만 차단하는 게 아니다. 이용자는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적절한 앱만 갖추면 웹에 뜨는 거의 모든 내용을 지정해 차단할 수 있다. 애플 뉴스가 제공하는 뉴스와 광고만 빼고 말이다.

 뉴욕타임스가 정당하게 지적했듯이 애플의 광고 차단 기능이 활성화되면 인터넷 광고에 의존해 연명하는 인터넷 뉴스 제공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사태가 쉽게 결판나지는 않을 것이다. 모바일 광고 대행사는 광고 차단 기능을 속일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장착할 것이고, 광고 차단기는 그것을 무력화하기 위해 진화할 것이다. 창과 방패의 찌르고 막는 경주를 예상할 수 있다.

 모바일 세계에 당분간 평화는 없다. 이용자와 광고 대행자가 광고 차단을 놓고 겨룬다. 언론사는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뉴스를 제공할지 무한 경쟁 중이다. 이는 모두 ‘쉽게 흩어지는 초점 있는 관심’을 광고로 연결해 수익을 내려는 플랫폼 간 소리 없는 전쟁의 일부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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