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모습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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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노래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노래는 ‘넌 허리가 몇이니’로 시작해서 ‘아무리 예뻐도 뒤에 살이 모자라면 난 눈이 안 가/ 긴 생머리에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이 가냘픈 여라자면 난 맘이 안가/ 허리는 너무 가는데 힙이 너무 커/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어/오예’로 이어집니다.

 그 노래를 처음 듣고 화가 났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꺼버렸어요. ‘어떻게 여자를 외모로만 판단할 수가 있지, 허리와 힙을 강조하는 가사는 너무 노골적이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 주 커버 스토리 내용이 그 노래 가사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걸 알고는 당황했습니다. 30대 미혼 남성인 정현진 기자가 처음 쓴 요즘 20~30대가 생각하는 남녀 이상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오늘 지면에 실린 기사보다 훨씬 노골적이었습니다. 한참 고민하다가 제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금 수정했다는 걸 고백합니다.

 시대가 바뀌면 이상형이 바뀌는 게 당연하겠죠. 과거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만 요즘 대세는 요섹남,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해 보이는 시대가 됐습니다.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게 부담스러운 여자들은 거친 상남자보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요리까지 해주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성과 외모에 대한 이야기에 별 거리낌이 없는 건 남녀 불문 모두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요즘 TV 채널마다 등장하는 남자 셰프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때 건축가가 인기를 끌다가 시들해졌던 것처럼 셰프의 인기도 언젠가는 시들해지겠죠. 하지만 다정한 남자에 대한 호감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머슬녀에 대한 열광도 그 양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 같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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