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재인과 비주류, 공천권 놓고 대타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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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막장 드라마 수준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주말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13~15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비주류가 “선전포고”라며 극력 반발하자 하루 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비주류의 처신도 보기 민망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천정배 의원 등 당을 떠난 무소속 인사들까지 끌어들여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평의원일 뿐인 안철수 의원도 문 대표와 중진들이 합의한 중앙위 소집을 무기 연기하라고 요구, 겨우 잡힌 불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문 대표와 비주류가 싸움의 명분으로 당의 혁신이나 민주화를 내걸지만 속내는 뻔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지분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권력 투쟁이 본질이다. 10년간 나라를 이끌었고, 2년 뒤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129의석의 제1야당 수준이 한심할 따름이다. 야당의 극한 분열로 당장 국정감사 등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활동이 마비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100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빈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문 대표에게 달렸다. 비주류와 공천권을 놓고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우선 친노계에서 다선·중진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비주류 역시 다선·중진 의원 불출마로 화답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어 양측이 공정·투명한 공천제도에 합의해 계파를 초월한 인재 수혈을 실현해야 한다.

 이런 읍참마속의 결단을 거부한다면 문 대표가 재신임에서 이긴다 해도 야당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재신임 승리를 비주류의 압박수단으로 동원하는 순간 즉각 내홍은 재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주류는 지금의 위기가 닥치기까지 단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소통한 적이 있는가. 이렇게 지도부와 비주류가 원수처럼 싸우는 정당에 어느 국민이 마음을 줄 것인가.

 문 대표와 비주류는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서로가 공감할 수습책을 도출해야 한다. 양측에 그럴 마음이 없다면 아예 친노는 친노대로, 비주류는 비주류대로 뭉쳐 딴살림을 차리는 게 나라를 위해 차악(次惡)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