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국민 공감 얻어야 감사원 존재 가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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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현 감사원장이 11일 “감사원의 위상과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며,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때 감사원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감사원장은 이날 서울정부청사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환경 변화에 따른 감사원의 변화와 혁신’ 국제세미나 개회사에서 “감사원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혁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황 감사원장은 “혁신은 과거의 모든 것을 다 버리는 현재와의 단절이 아니며, 그동안 축적한 장점들을 계승하며 합리적·이성적 변화를 추구하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약속”이라고 말했다. 또 “감사원은 감사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고, 감사계획과 실시 전 과정을 공개하는 등 투명하고 민주적인 감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이비드 워커 전 미 감사원장은 “정부의 거대화, 인구 고령화, 재정 적자로 인한 이자 증가 등은 미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세계적인 시류”라며 “이로 인해 감사 기관의 책무가 가중되고 있고, 동시에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사후적발보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조언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공공부문의 혁신이 민간부문보다 어려운 이유는 경쟁이 없고, 업무지시에 있어 연속성이 부족하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조직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관성을 버려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근시안적 사고, 또 재신임 등 사적 이익에 흔들리는 것이 혁신의 방해물이 된다”고도 했다.

키스 매클린 세계은행 선임전문가는 ‘감사에서 시민 참여의 필요성과 성공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 시민사회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활발하고, 시민들의 감사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라며 “정부 규모가 커져도 정부의 인적·재정적 자원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해서 업무를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했다.

라미로 멘도사 전 칠레 감사원장은 “최고 감사기관의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며 “반부패나 민주주의 등을 목표로 정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6·25 전쟁이 끝난 직후인)1955년만 하더라도 세계는 한국에 대해 ‘부패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부패 척결을 해냈고, 덕분에 지금과 같은 국가 건설이 가능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오진주 대학생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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