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에 승부조작까지'… 국가대표 포함 프로농구-유도 선수 무더기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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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프로농구 선수와 실업 유도 선수들이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는 8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농구선수 A(29)씨와 유도선수 B(28)씨 등 전·현직 프로농구 선수 12명과 유도선수 13명, 레슬링 선수 1명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군 복무 중인 3명은 군 헌병대로 신병을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농구선수 A씨와 유도선수 B씨는 지난 2월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고의로 승부를 조작했다. B씨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높은 배당금을 노리고, A씨에게 소속팀이 패하도록 청탁했다. A씨와 B씨는 해당 수법으로 배당금까지 챙겼다. 프로농구에서 선수가 주도한 승부조작 사실 혐의가 실제로 나온 건 처음이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24명은 2009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베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선수는 같은 대학 선·후배의 친분을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며 도박에 가담했다.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선형(27·SK)도 대학 시절 상습 도박 혐의가 나와 불구속 입건됐다. 그밖에 경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받고 실명까지 거론됐던 오리온스 장재석, 동부 안재욱, kt 김현민도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관련 사건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총 31명을 조사하고, 스마트폰 메신저, 은행 계좌 등을 추적해왔다. 선수들의 무더기 입건과 관련해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한국농구연맹(KBL) 측은 "해당 선수들과 관련한 정보를 경찰로부터 넘겨받는대로 재정위원회를 열어 후속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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