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장 “증시 거품 붕괴 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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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저우샤오촨(周小川·사진) 중국 인민은행장이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증권시장 버블 붕괴가 다 끝났다는 말이다. 5일(현지시간)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회의에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대표단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저우샤오촨이 이날 회의에서 ‘터졌다(burst)’는 단어를 세 차례 이상 되풀이 했다”고 전했다. 증시 불안이 끝나간다는 진단이다. 실제 인민은행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저우샤오촨 발언록에도 “증시가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말이 들어 있다.

 저우샤오촨은 사석이나 언론과 인터뷰가 아닌 G20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회의 석상에서 상황 종료를 밝혔다. 단순히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발언은 아니란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톰슨로이터는 “저우샤오촨이 증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동시에 그의 발언은 대공황 시기 허버트 후버 미 대통령(재임기간 1928~32년) ‘성급한 선언’을 떠올리게도 한다.

후버 미국 대통령은 1930년 봄 “주가가 추락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년도인 29년 10월 발생한 주가 대폭락이 진정됐다는 선언이었다. 실제 당시 주가는 조금씩 회복해 29년 10월 추락 직전의 70~80%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 실물 경제는 후버 발언 직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공황의 시작이었다. 대공황 시기 최악의 순간은 33년이었다. 후버의 선언은 경제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성급한 상황 종료 선언으로 꼽힌다.

 이 밖에 저우샤오촨은 “위안화 가치가 거의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값의 가파른 하락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저우샤오촨 발언에 앞서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러우지웨이(樓繼偉) 중 재정부장에게 “중국 정부는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각국 대표들은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등에 합의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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