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지켜본 北, "북남관계 개선은 외부(중국) 아닌 민족에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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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일 지난 22~24일 남북고위급접촉 이후 남측 당국자들을 향해 신중하게 언행할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환대를 받은 직후인 3일 오후엔 박 대통령을 향해 “지금의 북남관계는 언제 어떻게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장과 같다”며 “어렵게 마련된 북남합의가 실속 있게 이행돼 관계개선의 길이 열리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2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언급하고, 시 주석에게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감사를 드린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취해 나왔다.

이 문답은 박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라고 표현하면서 “집권자까지 북남합의에 저촉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며 “당면한 북남관계일정마저 가늠할 수 없게 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 북이 위협한 “당면한 북남관계 일정”은 지난달 22~24일 남북고위급접촉에서 합의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적십자사는 오는 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3일 조평통 문답은 그러나 “조선반도평화의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기를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거나 “관계 개선을 위한 향후 일정들도 준비되고 있다” “북남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힘은 외부세력(중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한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문답은 대화 국면 경색을 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역으로 남북간 대화를 강조하는 뜻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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