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교실서 부탄가스 터뜨린 중학생, “조승희처럼 뭔가 남기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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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 폭발 사건이 발생해 교실 출입문과 창문 등이 파손돼 있다. 폭발 당시 체육 수업으로 교실이 비어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뉴시스, 유튜브 캡처]
작은 사진은 피의자인 중학생 이모군이 범행 현장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의 일부. [뉴시스, 유튜브 캡처]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1일 부탄가스 폭발을 일으키고 도주한 중학생이 범행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양천경찰서는 이날 교실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 등)를 받고 있는 이모(15·중3)군을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검거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3학년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에 불을 붙여 폭발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폭발 당시 학생들이 체육수업으로 교실을 비운 상태라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교실 창문이 산산조각 나고 교실 내부 집기가 파손됐다. 경찰은 1년여 전 다른 학교로 전학 간 이군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군은 이날 대안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고 수업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사고 발생 후 유튜브에는 범행 장면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두 편이 올라왔다. 영상은 이군이 직접 올린 것이다. 이군은 영상에서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재밌군요. 우왕좌왕합니다”라며 상황을 중계했다. 또 “현재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하나 더 가져오는 건데”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에는 이군이 친구와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메신저 대화내용이 퍼지기도 했다. 이군은 이 대화에서 “전학 간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생겨 테러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쫓겨나 전 학교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글을 올렸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선 “조승희처럼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승희는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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