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사설] 중국 전승절과 박 대통령 참석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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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중국 전승절 행사의 정식 명칭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트 전쟁 승리 70돌 행사’다. 중국이 9월 3일을 전승절로 정한 것은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다.

중국 정부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을 연휴기간으로 지정했으며, 행사가 열리는 천안문 광장, 왕푸징 거리 등에는 이 기간 동안 계엄령을 선포했다. 행사 기간 동안 베이징 시내에 자동차 홀짝제를 시행한다. 베이징의 악명 높은 대기 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공장 가동까지 중단시켰다.

 전승절 행사의 꽃인 열병식에는 1만2000명의 병력, 비행기 200대, 100기 이상의 미사일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둥펑 31b 등 첨단 무기들도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G2 국가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고 굴기(<5D1B>起)하는 중국의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미국·일본 등 서방 국가들의 지도자 대부분이 전승절 초청을 거절했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과 긴밀한 우리 정부도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지를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에서 있었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린다는 명분으로 박 대통령이 열병식을 포함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30개국 국가 지도자들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먼저 언급했다. 중국이 우리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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