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신앙정신 조화의 극치|「루오판화전」을 보고…이경성<미술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루오」판화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 여러번 소개한바 있으나 중앙갤러리에서 열리고있는이번 전시회처럼 2백여점의 본격적인작품이 전시되기는 처음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일본 도야마 근대미술관소장품으로서 『위뷔영감의 재생』『미제레레』「서커스』『악의꽃』『수난』『회상록』등 연작판화들이다.
주로 동판화와 석판화로 처리된 그의작품은 유화작품에서 볼수 있는 엄격한 형태감과 숭고한 화격이 여지없이 표현되고 있다.
「루오」를 20세기 최대의 종교화가라고하는 것은 그의 예술세계가 인간의 구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죄많은 인생을 정화시키는 작용이 있기때문이 다.
주제로서 는 「그리스도」, 서커스, 창부, 재판관, 그리고 왕의다섯가지 주제가 그의 작품에 핵심을 이룬다.
「그리스도」를 주제로 하는 작품은 「루오」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그의 그림을 통해 자기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특히 「루오」가 그린 「그리스도」는 단 한점이라도 영광의 「그리스도」가 없고 오직 수난의 「그리스도」로 국한되어 있다.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고 있는 「그리스도」만이 「루오」의 구원의식에 깊은 공명을 주는 것이다.
서커스라는 주제는 자기는 울면서도 남을 웃기는 서커스의 사람들에 대한깊은 사랑을 표현하고, 창부는 인간세상의 타락때문에 희생이 된 여인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폭로함으로써 인간의 어두운 면을 밝혀내고 있다.
재판관과왕은 자기도 악을 저지르면서 남을 심판하는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루오」예술에 5가지 주제가 『미제레레』『악의꽃』『수난』『위뷔영감의 재생』등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정리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크게 동판화와 석판화로 분류되고 그것은 다시 흑백과 색채화로도 분류되는데 흑백은대충 동판화이고 색채는 주로 석판인 것이다.
그러나 『미제레레』연작에서 볼수 있듯이 흑백판화가 「루오」의 숭고하고도 엄격한 예술세계로 파고드는 힘을 갖고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