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S] 보아가 말한 현재성..그리고 눈물의 의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기억하는 보아는 항상 최정상의 위치에 있었다.

2000년 1집 'ID:PEACE B'로 데뷔한게 그의 나이 14살 때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줄곧 남부러울 것 없는 위치에 섰고, 선배들에게는 사랑을 후배들에게는 존경을 받았다. 그렇게 쉼없이 달려오길 15년, 보아는 마침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열었다. 데뷔를 준비 중일 때 HOT의 공연을 보고, '나도 꼭 한 번 서보고 싶다'고 꿈을 키웠던 그 무대였다.

그렇게 감격적인 날 보아는 '아틀란티스 소녀' 얘기를 꺼냈다. 보아가 이날 공연의 앙코르 첫 곡으로 선곡한 곡이었다. 보아는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단독 공연을 할 수 있어 부담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다"면서 "이 곡은 내겐 큰 아픔이 있는 노래라 쉽게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이젠 덤덤히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선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틀란티스 소녀'는 2003년 발표한 보아의 정규 3집 'Atlantis Princess'의 타이틀곡이다. 항상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에 내놓은 히트곡. 하지만 당시엔 엄청난 슬픔도 있었다.

보아가 이 곡으로 활동하던 당시 가족같던 매니저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연 사망했다. 낙심한 보아는 음악방송에서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보였고, 검은 옷을 입고 '아틀란티스 소녀' 대신 발라드 '나무'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는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곡을 쉽사리 선곡하지 못했다.

보아는 최정상급 가수였고, 여전히 그의 명성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아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좌절을 경험했으며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는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보아 공연의 타이틀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는 이번 공연 타이틀을 'NOW-NESS'(현재성)라고 지었다. "현재성에 대해 많이 공유하고 싶었다. 보아라는 가수의 이름은 알지만 이 친구의 15년 간의 노래, 무대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보아가 지나온 길들을 지금의 내 모습으로 대중과 공유하고 싶었다."

보아는 이날 큰 맘 먹고 부른 '아틀란티스 소녀'는 잘 소화했지만, 마지막 앙코르 곡을 부르고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연출은 아니었을 거다. 아마도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을 거다.

잠시 보아로 빙의해보자. 그가 정말 대중과 공유하고 싶었던 건, 자신의 음악과 무대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15년간 자신이 경험하고, 아파하고, 괴로웠던 순간까지 대중이 '쓰담쓰담' 해주길 바라는 마음.

K팝 최고 스타가 목표라고 밝힌 '인생을 함께 하는 가수'에는 '인생을 함께 하는 팬'이란 의미까지 포함됐을지도 모르겠다. 15년전 소녀는 여전히 소녀였다.

엄동진 기자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