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남북접촉 장기화는 좋은 징조…협상 내용 알려지면 깨진다"

중앙일보

입력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4일 남북고위급 접촉이 사흘째 이어지며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당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평양은 통신상의 문제가 있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를 받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제가 (김대중 정부 시절) 6·15 특사로 회담할 때 보면 평양측은 항상 최고위층의 지시를 받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 특사를 지내면서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그는 "이번 접촉은 정상회담에 준하는 고위급 접촉으로 생각한다. 회담이 길어지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정부의 협상 방식에 대해 "전술적 접근을 해서 (도발)사실을 인정하게 하고 사과와 동시에 재발방지책을 찾겠다고 하면 굉장히 난망해진다"며 "근본적이고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출구 전략에 치중해서 근본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어야지, 입구 전략에 너무 치중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우리당도 당장 북측이 인정하고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지만 상대가 있기 때문에 입구 전략에 너무 얽매이기 보단 거시적으로 남북관계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선 "북한은 남한에 포격 가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우리 GP에서 700m 앞에 탄착시킴으로써 전쟁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며 "우리 정부도 대응사격을 하면서 북한 GP 500m 앞에 탄착시킴으로써 역시 전쟁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밝힌 것은 남북 공히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정상회담을 대신해 북한의 권력서열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6~7위인 김양건 통전부장 대남비서 정치국위원이 대표로 나왔다"며 "우리도 안보를 총괄하는 김관진 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이 맞상대를 하는 것 자체가 정상회담에 준하는 회담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앞서 문재인 대표가 "미국과는 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도 정부를 지원해야 할 여야 정치권은 (상황을) 까마득히 모른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협상 내용을) 언론에게 알릴 경우 회담이 깨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 내가 정상회담 협상을 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에게 숨소리까지 알려주라'고 했다. 미국이 신뢰해야만이 남북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의 말처럼 (정부가) 지금 미국과만 소통을 하고 있다면 내 경험에 의하면 우리 정부가 보안 조치를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