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장기입원 환자 일부 폐 이식 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이후 치료를 받느라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환자 일부는 폐 이식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입원 치료로 폐 기능이 극도로 떨어졌고, 폐 이식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식이 필요 없는 환자 대부분도 최장 수개월의 호흡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한다.

 23일 현재 입원 중인 메르스 환자는 10명이다.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불안정 환자가 3명,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는 7명이다. 이들의 상태는 메르스 신규 확진자가 49일째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172번(61·여)·163번(53·여) 환자가 지난 5일과 6일 각각 퇴원한 이후 2주가 넘었지만 변함이 없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도 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메르스를 심하게 앓아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남은 경우다. 대부분 폐 기능이 떨어진 만큼 스스로 호흡할 수 있게 하는 재활 과정을 2~3개월 정도 거쳐야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불안정 환자 3명이다. 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외과 의사인 35번 환자(38)를 비롯해 74번(71)·152번(66) 환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폐 세포가 딱딱하게 변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제대로 교환하지 못하는 ‘폐섬유화’가 오랫동안 진행돼 숨쉬기도 벅차다. 이로 인해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환자의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어 몸에 재주입하는 장치)에 의지하고 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실의 메르스 환자들은 치료를 해도 회복이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남은 건 사실상 폐 이식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152번 환자는 가장 먼저 폐 이식을 결정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그는 지난달 이식 신청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폐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2명도 비슷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35번 환자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숨쉬기 어려워 에크모를 달고 있다. 폐 이식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