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는 후지쓰배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질주를 거듭하는 '소년장사' 송태곤4단은 올해 목표를 세계대회 우승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연초 조훈현9단을 꺾고 천원 타이틀을 차지하며 미완의 대기로 주목받았던 17세 송태곤.

그는 올해 처음 해외 원정을 시작했으나 후지쓰배 세계대회에서는 벌써 3연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국내의 KBS 바둑왕전에서 승자결승에 진출했다. 현재 승률 1위. 다음주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을 위해 준비 중인 송4단을 만나봤다.

-올해 국제대회 전적이 5승1패다. 국내 기사들과 외국기사들 중 어느 쪽이 더 강하다고 느끼는가.

"기보를 보면 모르겠는데 마주앉으면 한국 기사들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한국기사들이 기가 강한 것 같다."(송4단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기보를 보며 공부한다)

-지난주의 후지쓰배 8강전에서 상대한 다카오 신지8단은 일본이 자랑하는 신예 강자인데 상대해본 느낌은.

"특별히 강점은 없지만 조화를 잘 이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바둑이었다. 그것이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아슬아슬한 접전 끝에 이판은 송4단의 반집승)

-다음달 예정된 후지쓰배 4강전의 상대는 다름아닌 이창호9단이다. 현재 기분은.

"초반에 만났으면 잘못 걸렸다 싶었겠지만 4강쯤 가면 어차피 강자를 피할 수 없다. 나보다 센 건 틀림없지만 바둑은 세다고 꼭 이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내가 불리하겠지만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이창호9단과의 통산전적은 1승1패. 그러나 이건 예전 기록이고 근 1년 동안은 대국해 보지 못했다)

-속기대회인 KBS 바둑왕전 승자결승전에서 박병규4단을 만났다. 일단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 같은데.

"이창호9단과 세돌이형(이세돌7단) 두사람이 패자조에 살아 있다. 설령 승자결승에서 박병규4단을 이긴다 해도 결국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최종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아직 먼 얘기다."(이창호9단은 이세돌7단에게 졌고 이세돌7단은 송태곤4단에게 져 패자조로 밀렸다)

-이창호9단과 이세돌7단을 비교할 때 상대하기 쉬운 쪽은.

"두 사람 다 실력이 월등하니까 모두 힘들다. 그러나 기풍 면에서는 싸워주는 세돌이형이 아무래도 편하다."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 어디다 쓰고 있나.

"얼마 벌었는지는 전혀 모른다. 매주 용돈을 8만원씩 타 쓰고 있다."

-올해의 목표는.

"후지쓰배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여섯살 때 바둑을 배웠고 프로생활 4년째인 송4단은 힘이 무척 강하고 전투에 능해 별명이 '소년장사'다.

그는 한국 바둑의 적수로 일본의 명인 요다 노리모토9단과 쿵제(孔杰)7단 등 중국의 신예들을 꼽았다. 바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유일하게 모른다는 대답이 나왔다. 송4단은 30세쯤 되면 바둑이 무언지 알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