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학연구진 “가난한집 아이, 두뇌 제대로 성장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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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경우 두뇌발달이 지체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빈곤이 아이의 두뇌에 영향을 줘 학업 성취에 영향을 주고 결국 빈곤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확인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지난달 말 ‘미국의학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아동빈곤과 두뇌발달ㆍ학업 성취도의 관계’라는 논문이 실렸다고 보도하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논문은 제이미 핸슨 듀크대 교수, 바버라 울프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 등 연구진이 4∼22세 398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로 가정의 소득수준과 두뇌의 상태를 분석했다. 결과는 빈곤층(미 연방정부 설정 빈곤선 2900만 원 기준)의 자녀는 MRI 검사 결과 대뇌 신경세포가 모인 부분인 회백질이 또래 평균보다 8∼10% 적었다. 빈곤선 바로 상위 가정의 자녀도 평균보다 3~4% 회백질이 적었다. 이 부위는 행동과 학습을 관장하는 부분이다.

4인 가족기준 연소득 2800만 원 이하 가정의 빈곤층 어린이는 시험에서 학업 성취도가 다른 어린이들보다 20% 정도 뒤처진다는 내용도 실렸다. 1~4세 77명을 대상으로 두뇌발달과 가난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유아기에는 두뇌 발달에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성장하며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의 소득수준이 두뇌 발달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의 경우 소득이 더 많아지더라도 두뇌 발달에 차이는 없었다. 연구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중산층 확대가 기회균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난이 두뇌 발달을 어떻게 저해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스콘신-매디슨대의 심리학자 세스 폴락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가난을 납이 든 페인트와 같은 유해물질로 보고 보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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