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수 부풀려 16억 가로챈 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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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백병원이 5년간에 걸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간호 인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신고하는 수법으로 1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병원장 최모(63)씨와 간호부장 이모(56·여)씨 등 전·현직 직원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6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최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병동 간호 인력을 허위 신고해 건강보험재정금인 간호관리료를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병원 수익을 높이기 위해 외래 진료 간호사를 고정으로 근무하는 병동 간호사인 것처럼 부풀려 신고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매 분기 간호사를 최대 25명씩 더 신고하고 분기마다 8000만~9000만원씩 챙겨왔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의 실제 병동 간호사 규모는 200여 명이다.

 간호관리료 지급 제도는 1999년 도입됐다. 병원이 입원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를 충분히 확보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자진 신고한 병상 수 대비 병동 간호사 수 등을 비교해 지급 기준을 1~7등급으로 나눈 뒤 간호관리료를 차등 지급한다. 병동 간호사 수가 많을수록 등급이 올라가고 보조금 수령액도 커진다.

 최씨 등은 간호관리료가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자료만을 근거로 지급된다는 점을 노렸다. 간호사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허위 신고해 3등급을 2등급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허위로 신고된 간호사들은 자신이 이 같은 범행에 이용됐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와 관련한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 등은 건강보험 재정은 ‘눈먼 돈’이라고 생각해 병원 수익 창출 목적으로 수년간 죄의식 없이 범행을 해온 것 같다”며 “간호관리료 지급의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신고 방식, 평가 방법, 확인 검증 과정 마련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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