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심학봉 17장 진술서... "강제로 벗기고 한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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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벗기고 강간한 게 아니다.”

검찰 수사를 앞둔 심학봉 의원이 지난 3일 밤 경찰에 극비리에 출두해 실시한 비공개 피의자 진술에서 2시간 동안 다섯 차례나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힘을 써서 옷을 벗긴 것도 아니다"는 말도 수차례 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70여 개의 질문을 한 뒤 A4 용지 17쪽 분량의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이렇게 만든 진술서를 5일 검찰에 넘겼다. ‘혐의 없음’이란 의견과 함께다.

심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9시30분쯤 택시를 타고 변호사와 함께 대구지방경찰청에 도착했다. 주변을 살핀 뒤 재빠르게 3층 진술녹화실로 향했다. 엷은 푸른색 양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어넘긴 그는 경찰관들에게 악수부터 건넸다. 그러곤 "내가 공무원을 해봐서 잘 안다. 나 때문에 모두 고생이 많다"며 인사를 건넸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의원 배지는 떼고 왔는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폭행을 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심 의원은 “아니다”고 답했다. ‘몸을 누르고 강제로 옷을 벗겼느냐’는 질문에도 “강제로 옷을 벗긴 게 아니라 과정 중에 있었던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오해에 의해 빚어진 일일 뿐이다. 추후 만나서 오해를 다 풀었다”고 덧붙였다.

호텔에서 건넨 30만원에 대해 묻자 “점심 밥값”이라고 했고, 그날 피해여성 A씨를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얘기할 게 있어서”라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A씨와 만나 진술을 번복하라며 회유나 협박, 금품 전달 등을 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만나서 사과했고 오해를 풀었다. 금품 제공 등은 없었다”고 했다.

진술 중간 한차례 “잠시 쉬었으면 한다”고 말한 뒤 혼자 경찰서 복도에 나가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를 받는 동안 ‘물의를 빚어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거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부끄럽다’는 등의 말은 따로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받는 틈틈이 변호사와 상의하며 진술을 했다”며 “얼굴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일부 언론의 ‘합의금 3000만원설’ 보도에 대해 “심 의원과 A씨는 물론 참고인 2명도 이런 진술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지인이 또 다른 지인에게 이런 취지의 얘길 했다는 건데, 신빙성이 없는 ‘카더라’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대구경찰청은 5일 오후 2시30분쯤 심 의원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 관계자는 “한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경찰 수사 자료를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진술 번복 과정에서 회유나 협박, 금품 전달은 없었는지 등도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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