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전 5억弗 완납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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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4월 남북한 대표가 싱가포르와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접촉하는 과정에서 북한 측이 "남북 정상회담 전에 5억달러를 입금해달라"고 요구, 남측이 이를 합의해줬다는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는 대북 송금이 경제협력자금 외에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성을 띠고 있으며, 금융기관 휴무일이 겹쳐 송금액이 예정보다 이틀 늦게 북측에 전달된 것이 정상회담 연기로 이어졌다는 등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 북한 측 인사와 만나 대북 송금 문제를 논의했던 이 고위 관계자는 9일 본지 기자와 만나 "그해 3월 북한 측이 정상회담 전에 반드시 5억달러를 완납하도록 요구, 4월 8일 박지원(朴智元)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한 베이징 회동에서 정상회담 전에 입금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는 북에 보낸 돈이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측은 "남한이 러시아와 수교할 때에도 3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5억달러는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전진배.임장혁 기자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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