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저하 우려할 만한 수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정부는 지난달 30일,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BAU) 대비 37% 감축한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이는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정부가 제시했던 네 가지 감축안 중 가장 강력한 안이었던 4안(31.3%)보다 무려 5.7%포인트 상향된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해 당초 안보다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제5안을 결정한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BAU 대비 37% 감축은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감축 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목표다. 1850년 이후 세계적인 누적 배출량 비중을 보면 미국 28%, EU 25%, 중국 11%, 일본 4%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 수준이다. 역사적 책임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2013년 기준 31%로 미국 12%, 일본 18%, EU 15%보다 훨씬 높다. 당연히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CO₂ 배출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감축 능력도 매우 낮다.

정부는 주요 감축 수단으로 석탄화력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전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1.6배에서 2.6배가 넘는 비용이 소모된다. 정부의 적극적 보급 노력에도 2003~2013년 10년간 해당 에너지 보급률은 1.4%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원전 확대 또한 환경단체 반대가 극심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국민 수용성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국가별 상황에 맞는 참여를 의미하는 이른바 ‘자발적 기여 계획’(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다.

 산업계의 감축 여력을 고려할 때 기업의 부담률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 이전부터 2012년 ‘목표 관리제’를 통해 정부의 감축 목표인 1.41%보다 높은 3.78%를 달성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구가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미국보다 18% 높다. 석유화학 역시 미국과 비교해 67%가량 뛰어나다. 에너지 효율이 높을수록 CO₂ 배출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에서 CO₂ 배출을 가장 적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만큼 추가적인 감축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안을 보면 그동안 기업들이 열심히 기여해온 게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일본의 경우 공식적 발표는 없었지만 국가 목표는 2013년 대비 26% 감축할 계획이나 산업 부문 감축률은 6.5%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2030년 전후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겠다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감축 정책은 과거를 답습할 우려가 매우 높다. 금번 ‘Post 2020’ 정책 결정 과정은 지난번 2020년 목표를 설정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20년 감축 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한 뒤 추진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배출권 과소 할당’이 발생했고, 그 결과 4개 업종의 45개 기업이 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에도 사회적 공론화 범위를 벗어난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 수단으로 제시한 방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들이 없다. 결국 과도한 감축 목표가 과거처럼 산업계로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는 감축 방안에 대한 현실적인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 또 과거 잘못된 정책에 근거한 1차 계획 기간(2015~2017년)의 배출권 재할당을 추진하고, 배출권 거래제를 조속히 개선하는 게 ‘정책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다.

정부의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산업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빠뜨릴까 우려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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