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장치 통째로 뜯어내 침입 … 대구 도심 ‘키 박스 도둑’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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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파트 출입문을 열 때 열쇠를 끼워 넣는 일명 ‘키 박스’. 이 키 박스를 날카로운 도구로 밖에서 통째로 뜯어내거나 부순다. 그리고 키 박스 자리에 난 구멍에 손이나 도구를 집어넣어 문을 열고 침입한다.

 이런 식으로 대구 도심의 한 아파트가 석 달 새 5차례 이상 털렸다. 주민들은 절도범을 ‘키 박스 도둑’으로 부르면서 불안해 하고 있다. 절도가 잇따르는 아파트는 1985년 준공해 현재 425세대가 거주하는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의 S맨션. 21일 주민들에 따르면 절도는 평일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 사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아파트 3층에서 현금과 외화, 금반지와 귀걸이, 다이아몬드 등이 처음 털린 이후 5월 29일 또 3층에서 장롱에 둔 현금을 절도범이 훔쳐갔다. 6월 19일 아파트 5층에서 귀걸이와 목걸이·팔찌·현금이 또 털렸다. 이밖에 석 달 새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빈집털이가 2건 이상 더 있었다.

 주민 김모(55·여)씨는 “절도범은 광고 전단지를 키 박스 자리에 붙인 뒤 침입해 금품을 훔쳐 달아난다”며 “밖에서 보면 전단지가 붙은 형태여서 언뜻 봐서 침입 사실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안한 주민들은 지난달 말 ‘절도예방안내문’을 만들어 아파트 곳곳에 붙였다. 귀중품을 안전한 곳에 따로 보관하고 라디오나 TV를 켜두고 외출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낮에도 불을 켜두라고도 쓰여 있다. 하루에 한 차례 꼴로 절도 예방 방송도 하고 있다.

 지은 지 30년 된 낡은 아파트가 왜 갑자기 절도범의 표적이 된 걸까. S맨션은 지난 4월 무렵 대기업의 재건축 아파트로 확정됐다. 그러면서 집값이 2배가량 뛰었다. 그러면서 재력 있는 외지인이 많아졌고 이를 노린 절도범이 등장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 빈집털이의 소행으로 보고 동종 수법 전과자를 찾는 한편 아파트 순찰과 탐문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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