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근로자들 “핵 없었으면 전쟁 났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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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가 16일 13개월 만에 열렸다. 회담이 진행되던 이날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인근에서 남측 취재단과 북한 근로자들이 만났다. 남측 취재단이 “핵 개발이 남쪽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북한 근로자들은 “북쪽에 핵이 없었으면 벌써 한반도가 전쟁의 참화에 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쪽에는 핵무기를 많이 갖다 놓고 북쪽에만 핵 개발하지 말라면 되느냐”고 했다. 남측 취재단이 “남쪽엔 핵무기를 다 철수했다”고 하자 이들은 “가서 직접 조사해 본 적이 있느냐”며 의심을 풀지 않았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이들은 근무 중 잠시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다 질문을 받았다. 남측 취재단의 접근에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문답 요지.

  ▶남측 취재단(이하 남)=“남북 관계가 별로 안 좋은데, 여긴 괜찮나.”

  ▶북측 근로자(이하 북)=“여긴 정치와 관계없는 곳이니까.”

 ▶남=“남쪽 정부를 어떻게 보나.”

 ▶북=“별로 안 좋게 보지. (북한과) 대결하려 하고. 남쪽에서도 정권을 안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남=“ 남쪽에서 정권을 안 좋아한다는 얘긴 어떻게 들었나? 노동신문에서인가?”

  ▶북=(말없이 긍정).

 ▶남=“남쪽 사람들도 5·24 (대북 제재) 조치가 빨리 풀려 내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천안함 문제도 걸려 있다.”

 ▶북=“그건 우리 국방위 검열단을 받으면 될 것 아닌가. 왜 검열단은 안 받으면서….”

 북한 근로자들은 “한·미 군사훈련은 왜 그렇게 자주 하느냐”는 질문도 했다. 남북 당국의 이날 현안이었던 북측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5.18%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질문에 답했다. 북측 근로자들은 “여기(개성공단)가 세계에서 임금이 가장 낮은 곳”이라며 “10년 전 (월) 50달러로 시작해 지금 70달러다. 남조선 근무자들은 한 달에 3000달러씩 받지 않나. 남조선 노동자가 하루만 일해도 북한 노동자 한 달 월급을 받는 거 아니냐. 대체 몇 배 차이냐”고 했다.

 남측 취재단은 북측 취재진과도 만났다. 북측 취재진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현황을 물 었다. 이날 남북 당국은 개성공단 임금 문제와 근로요건 개선 등을 놓고 회담을 했다.

개성 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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