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 사칭해 3억원 챙긴 50대 구속

중앙일보

입력

 
전직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사칭해 3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13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받아낸 혐의(사기 등)로 손모(5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2011년 2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을 돌며 '사업 투자', '취업알선' 등의 명목으로 5명에게 3억73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손씨는 "야당 대표를 지낸 유명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라며 사람들을 속였다.

그는 2011년 2월 한 지역 축구팀 단장을 찾아가 "의원님께 얘기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 축구단 주식 50%를 양도하라"고 요구했다. 축구단은 당시 충남지역 한 지자체에 대규모 종합스포츠타운을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손씨는 "그 단체장이 나와 친한 형님이다. 이번 선거에서 내가 당선시켰다"고 꾀었다. 이 말을 믿은 구단 측은 즉각 주식을 양도했다. 이후 이 구단은 실제로 해당 지자체와 MOU를 맺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손씨는 이후 축구단 대표 행세를 했다. 투자자들에게 "2400억원 상당의 종합스포츠타운을 건설할 계획인데 1억원을 투자하면 12억원의 수익금과 운영권 등을 주겠다"며 김모(52)씨 등에게 1억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2014년에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형', '동생'하는 사이"라며 "항공사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500만~6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해당 국회의원과 고향만 같을 뿐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였고, 비슷한 수법으로 교도소를 10여 차례 들락거린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붙잡힌 이후에도 지인 등에게 연락해 "내가 없으면 사업에 지장이 있을 테니 합의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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