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밑천으로 맨손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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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큰 돈 안들이고 다리품을 팔면서 돈을 버는 '맨손 창업'이 창업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경기가 안좋을 때는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상책이어서 부업거리를 찾는 가정주부나 직장인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맨손 창업은 대부분 점포없이 고객을 찾아다니며 영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력하는 만큼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창업 초보자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전문가들은 맨손 창업이라고 해서 별 생각없이 덤벼들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생활 지원 업종이나 건강관련 상품 등과 같이 수요층이 두터운 사업을 골라 적극적으로 사업을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일정기간이 지나야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파트 지역광고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아파트 지역광고업을 하고 있는 최경호(40)씨. 해외무역업 등 10여년간 유통관련 사업을 하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인터넷을 통해 새 사업을 물색하던 중 눈에 띈 것이 아파트 지역광고 사업이었다. 아파트 지역광고업은 슬라이드식 영상 광고 장치인 '무빙 포스트'를 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해 지역 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업을 홍보하는 것이다.

무빙포스트기는 한 화면에 최대 12개 상품을 3~30초 간격으로 번갈아 소개할수 있다. 상단에는 아파트 부녀회 공지사항은 물론 실시간으로 뉴스나 기상속보 등을 전달한다.

인근 지역의 병원.약국.학원.예식장. 대형 음식점 등이 주요 광고주다. 광고료는 업체당 6개월에 60만원을 받는다. 1년계약 광고는 1백만원이다.

"기존의 아파트 내 광고는 주로 전단지에 의존했지요. 그러나 소비자들은 전단지 광고에 눈길을 주지 않아요. 광고주들도 아파트 지역을 공략할 새로운 광고매체를 찾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지요."

최씨는 지역상권이 대부분 아파트 단지를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최씨가 들인 초기 창업비용은 기계 3대 구입비를 포함해 1천5백만원.

광고주를 꾸준히 확보하면서 현재 무빙포스트는 12대로 늘었다. 지금까지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기계구입비 등을 뺀 순익은 3천5백만원쯤 된다. 한달에 3백50만원 가량 번 셈이다.

최씨는 "지역 상가의 호응이 좋아 이제는 알아서 찾아오는 광고주가 있다"며 "대형 할인점.학원 등 지역 내에서도 제법 큰 광고주를 잡아야 사업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031-906-4031.

# 청소대행업

서울 강서구에서 청소대행업을 하는 김정성(47)씨는 평소 관심을 가졌던 환경.위생과 관련된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광고그래픽 디자이너로 15년간 근무했던 그는 평소 여행을 좋아해 전국 각지를 돌아 다니다가 청소업에 눈을 떴다. 어딜가나 공공건물과 화장실이 깨끗한 곳이 없었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환경개선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김씨는 지난해 초 창업박람회에 참석해 청소 대행업을 소개받고 바로 창업했다.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인데다 육체 노동을 통해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청소대행업은 위생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커지면서 유망한 업종으로 떠 오르는 사업의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사무실.가정집 등에 출장가서 청소를 해준다. 또 카펫. 간판 등의 특정 부분부터 건물 전체를 대청소하는 것 까지 청소서비스 종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하다.

김씨가 투자한 창업자금은 2천2백만원. 창업한 지 1년여 지난 현재 월평균 매출은 9백만원선이다. 순익은 5백만원 정도 된다.

서비스 요금은 평당 8천~1만원씩 받는다. 올해 들어서는 학교.관공서 등의 화장실 청소 주문이 많이 들어와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일이 많을 때는 일용 직원을 채용한다.

김씨는 청소대행업을 하면서 방향제나 비데 등을 팔아 적지 않은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김씨가 말하는 성공포인트는 적극적인 홍보다. 최씨는 틈만 나면 사무실.관공서.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청소 대행사업 홍보에 열심이다. 02-2635-7777.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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