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왕가뭄’ 겪는 북한…유엔에 수인성 질병 의약품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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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공동조사단이 북한을 찾아 가뭄 실태를 직접 조사했다. 북한은 유엔 공동조사단에 수질정화제와 수인성 질병 예방을 위한 의약품을 요청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유엔 기구, 국제 협력기구, 민간단체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10일부터 황해남ㆍ북도의 가뭄 상황을 조사했다.

공동조사단은 조사 보고서 초안에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된 이례적인 건조한 날씨로 마실 물이 부족한데다 수질도 나빠졌다”며 “수인성 질병이 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동조사단은 “북한 당국자들과의 면담에서 설사 증상을 보이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의 피해가 심각하다”라며 “특히 필수의약품고 수질정화제 등이 부족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뭄에 따른 곡물 등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가뭄으로 보리 등 이모작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40~50%가량 줄어들고, 가뭄이 계속될 경우 쌀과 강냉이 수확량도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도 100년 빈도의 극심한 가뭄피해를 입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8일 전국적으로 44만1560여 정보(1정보=3000평)의 모내기를 한 논에서 13만6200여 정보의 볏모 들이 말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공동조사단이 방문한 황해남북도 등으로 모두 북한의 곡창지대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쌀을 비롯한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량이 12%에서 많게는 26%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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