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함대의 중공 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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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중공관계 개선이 군사분야에까지 깊숙이 확대되고 있음이 「베시」미합참의장의 북경 방문으로 더욱 선명해졌다.
「베시」대장은 미국의 현역 장군으로서는 최초로 12일부터 8일간 중공을 방문하고 있다.
방문 첫날 그는 양득고 중공군참모총장과 회담을 갖고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된 미국 군함의 중공기항 문제와 중공에 대한 미국의 군사장비판매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했다.
이같은 미·중공의 군사관계 심화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중대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중공에 제공될 미국의 군사장비는 그것이 아무리 방위용이라 해도 소련을 겨냥한 것임은 재논의 여지가 없다.
군함기권 또한 소련을 심히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군함은 전통적으로 군사적 의미외에 정치·외교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실체 해상전력을 뒷받침할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참재 적국에 대한 시위의 효과, 외교적으로는 우방에 대한 친선과 우위의 과시로 사용돼 왔다.
미함의 중공기항은 친선과 우위를 위한 외교적인 의미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미·중공 군사관계 발전은 두가지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하나는 소련을 자극하여 동아시아에서 강대국간의 군사력 경쟁을 유발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고, 또하나는 중공의 지원을 배경으로 했던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우리는 미국이 중공과의 군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원칙적으로 지지하지만 그것은 일정한 한계안에서 신중히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소련의 대응 조치가 예상되고 그것이 우리 주변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한계란 현재의 중소군사력 균형을 변형시킬 수 있는 전략무기나 첨단장비의 제공에까지 이르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재래식 무기라해도 그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소련의 재래식 무기보다 우월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미국은 중공의 대한반도 정책이나, 대소·대서방 관계의 변화과정을 고려하여 미·중공 군사관계를 조정해 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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