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탄 버스 중국서 추락, 10명 사망…"살아있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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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던 2층 버스가 떨어져 뒤집혔다. 내가 탄 차가 멈춰 서길래 뛰어갔다. 뒤집힌 버스 안에서 ‘나 좀 꺼내줘’라는 소리가 들렸다. 여럿이 영차영차 애쓰면서 버스 한쪽을 들어올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공무원 9명과 여행사 직원 1명 등 10명이 숨진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한 L사무관이 1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다리에서 떨어진 버스 바로 뒷 차에 타고 있었다. L사무관은 “커브 길인데 앞차가 그대로 달리더니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아래로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가드레일은 10m 정도가 찢겨 나갔다.

사고 직후 L사무관뿐 아니라 여럿이 아래로 내려갔다고 한다. 거꾸로 떨어진 버스는 천정이 찌그러져 공간이 납작해졌다. L사무관에 따르면 기어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창가에 있던 이들은 잡아 끌어 빼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L사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더 안쪽에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중에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 연수를 받을 때 옆에 앉았던 제주도 공무원이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된 것은 30분쯤 뒤 중장비가 도착해서였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본 제주도 공무원 J씨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을 당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사망한 부산의 K(55)씨에 대해 동료 직원들은 “지난해 5급으로 승진한 기쁨이 가시지도 않았는데…”라며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과 다른 차에 타고 있던 현지 연수자들은 현재 중국 공안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다. 연수단에 참여한 또다른 L사무관은 “상황을 잘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날씨도 좋았고, 사고 원인에 대해 들은 바도 없다”고 처한 상황을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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