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하러 갔다가 상처만…'자동세차기'피해 8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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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 사는 이모 씨는 지난 4월 주유소 기계식 자동 세차기로 산타페 차량을 세차한 뒤 앞 유리가 파손되는 일을 겪었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내 세차기의 원통형 브러시가 앞 유리를 문지르고 가는 과정에서 앞 유리가 파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보상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세차장 주의 문구에 ‘자동 세차로 인한 차량 손상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기름을 넣으며 세차까지 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주유소 기계식 자동세차기가 차량 손상의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차서비스 과실은 입증이 어려워 제대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2013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자동차 세차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이 430건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주유소에 설치된 기계식 자동세차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376건(87.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차 담당직원 잘못을 주장하는 손세차 피해(10%), 세차 장비 불량을 주장하는 셀프세차 피해(2.6%)가 뒤를 이었다.

차량 손상 유형별로는 보닛·트렁크·범퍼 등 차량 외관에 흠집이 난 경우가 절반(50.5%)을 차지했다. 유리파손(15.1%)과 캐리어·루프박스와 같은 부착물 파손(9.3%), 사이드 미러 파손(9.1%) 등도 많았다.

하지만 세차 업자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경우는 20.7%에 불과했다. 결국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를 보면 세차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이 세차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동 세차 시 발생한 손상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를 들어 보상을 거부하는 업체도 있었다. 소비자원은 그러나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만큼 업체는 손상에 대한 보상책임이 있다”며 “주의 문구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소비자원은 운전자가 세차 후 차량이 손상을 입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차하기 전 업체에 차 외관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손상시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들도 세차 후 즉시 차량 손상을 확인하지 않고 나중에야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입증이 어려워 보상을 받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자동세차를 이용할 때 운전자가 차에 탑승해 있기 때문에 손상과정을 볼 수 없다”며 “세차 직후 차에서 내려서 손상 유무를 확인하고 손상이 있으면 업체로부터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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