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보고 혼인신고” 반혼 커플 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회사 동료 A씨(31·여)와 B씨(29)는 2012년 7월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혼수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 부부는 “1년간 살아본 뒤 혼인신고를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지만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듬해 A씨가 남편에게 혼수비용 3592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걸었고 B씨도 신혼집 마련 비용 등 8744만원을 배상하라고 맞소송에 들어갔다. 의정부지법은 최근 “부부 모두 사실혼 파탄 책임이 있으므로 서로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결혼식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반혼(半婚·반쪽 결혼)’ 커플이 늘고 있다. 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이른바 ‘3포 세대’의 결혼 풍속도다. 본지가 결혼전문업체 듀오와 함께 미혼 남녀 8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4.9%(302명)가 결혼식 후 일정 기간 혼인신고를 않겠다고 답했다. ‘1년가량 살아본 뒤’(251명), ‘자녀를 낳은 뒤’(44명)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유는 ‘상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51.3%), ‘자유롭고 싶어서’(15.2%) 등이다. 김현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과거 특수 사례였던 사실혼이 요즘 젊은 세대엔 일반화돼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