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북한총대표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드골」의 외교정책목표는 『대서양에서 우랄까지』의 유럽에서 「프랑스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영미우월에서 탈피하여 프랑스가 중심이 되는 유럽을 건설하려는 국가주의적 외교였다.
그러나 81년에 취임한 현「미테랑」대통령의 외교목표는 프랑스를 세계정치의 중심무대로 복귀시킨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영광」을 세계적으로 추구하는, 한층 확대된 민족주의 외교다.
그런 「미테랑」정부가 최근 파리에 있는 북한의 「무역대표부」를 「총대표부」로 승격시켰다.
이것은 지금까지 교역분야에 한정됐던 북한대표부의 기능이 일반대사관이 맡고 있는 모든 분야로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유감의 뜻』을 전했고, 프랑스측은 북한 불승인방침을 반복했다.
사회당출신의 「미테랑」대통령은 정치이념상 북한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그는 취임후 북한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로서는 경제규모가 북한의 5배가 넘는 한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그의 대한외교는 딜레머에 봉착했다.
이번 총대표부의 승격과 불승인강조는 한반도에서 두 토끼를 함께 잡으려는 고육책이긴 하다.
프랑스가 뭐라고 변명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현상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해야한다.
북한은 파리의 총대표부를 창구삼아 서유럽 제국과 아프리카의 불어권 국가들에 대한 침투를 노릴 것이다.
한편 프랑스는 경제적 이일을 북한에서 보상받으려 할 것이다. 평양의 고층호텔 건설계약이나 북한의 합영법에 대한 프랑스의 반응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보상을 외면해선 안된다. 우선 경제·외교관계의 다변화를 통해 우리의 대외관계 기반을 확충·강화해야한다.
우리는 지금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방정책에 너무나 치중하고 있어 서구상대의 서방외교나 남아시아방면의 남방외교, 아프리카·중남미 방면의 원방외교가 원만한 균형을 못찾고 있다.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주시하면서 프랑스당국에 말해 두고자한다.
프랑스는 6·25참전국가로서 자유세계의 지도적 국가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북한의 모험주의적 노선을 완화·진정시키는데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남북대화에서의 측면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북한이 서방으로 진출하듯 우리도 동구공산권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프랑스도 협력하는 일이다.
우리정부 또한 주불대사관을 강화하여 이에 가일층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1보후퇴, 2보전진이 우리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한가지 명심할 선례가 있다. 그것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북한의 외교관계다.
역시 사회주의 정권이었던 호주의 노동당 정부는 74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었었다. 그러나 호주가 유엔에서 계속 한국을 지지하는데 반발하여 북한이 일방적으로 외교관계를 철회했다. 이로써 북한·호주관계는 1년만에 파탄나고 말았다.
우리는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국가였음을 유의하면서 한반도의 장래에 건설적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