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정부가 론스타 국제중재 참관 막아” 강력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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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론스타 간 5조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오는 29일 미국 워싱턴 DC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서 두 번째 구두변론을 앞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참관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민변의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ICSID 사무총장으로부터 ‘당사자들이 반대해 심리를 방청할 수 없게 됐다’는 통지문을 받았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가 참관을 반대한 것”이라며 “정부는 론스타 측 청구 금액 5조원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대적 사법은 재판을 공개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얻는다”며 “론스타와의 분쟁은 5조원대 국가 예산 지출이 걸려 있는데도 정부가 재판 공개라는 최소한의 근대성조차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달 초 참관 신청서를 ICSID에 냈다. 민변은 지난달에도 첫 변론에 참관을 신청했다가 심리를 하루 앞두고 거부 통지를 받은 바 있다.
중재인 3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는 ICSID 사무총장과 논의를 거쳐 ISD 구두변론 절차에 제3자가 참관하도록 허가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허용할 수 없다.

그동안 ICSID에서 진행된 상당수 ISD가 분쟁 내용, 제출 서류, 결과뿐 아니라 분쟁의 존재 자체조차 공개하지 않은 적이 많았다. 이는 국제중재 제도가 상인 사이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발달됐다는 역사적 배경과 기업 비밀을 보호해야할 필요성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인 만큼 중재 절차의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SD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양측 모두 비공개를 원했기 때문이다.

결론이 나도 판정서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진행되는 중재 절차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는 것이다. 정부도 ICSID 중재 재판부의 비밀유지 명령을 이유로 ISD 절차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고 불합리하게 세금을 매겨 46억7900만달러(약 5조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2012년 11월 배상을 청구하는 ISD를 신청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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