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중공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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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화와 「개방」로선을 앞에 놓고 지금 북한은 중소사이에서 외교적 곡예를 하고 있는것 같다.
현재 북한이 추구하려는것은 대외개방과 자본주의요소의 도입을 큰 줄거리로 하는 새로운 중공형 근대화노선인것 같은 인상이다.
이런 전략은 북한자신의 필요와 중공의 권고에 따른것이지만, 그 결과는 북한의 친중공화와 서방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개선, 남북대화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소련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것들은 바로 소련의 양대 적국인 미국과 중공이 추구하고 있는 국제질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방주의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자 소련도 평양에 대해 본격적인 회유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첫째가 김일성의 모스크바초청이었다. 지난5월의 김일성 방소는 18년만의 일이었다.
여기서 소련은 역사상 최고의 상태라는 현재의 북한-중공관계에 균형을 변동시키는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했다.
그 밖에도 소련은 미그기와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했다. 한반도 전체를 사정권에 넣는 이 미사일을 주면서 자율사용권마저 허용했다.
최근엔 「카피차」외무성차관을 평양에 보내 향후 2년간 양측 외상의 연례회담을 갖기로 합의했고,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승인하는 한편 소련의 원유제공과 이를 육송키위한 국경통과 조약도 체결했다.
「카피차」가 평양에 체류하면서 이같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을때 김일성은 지난11월26일부터 28일까지 중공에 가 있었다.
26일엔 판문점에서 소련인망명 때문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27일은 김정일과 「카피차」가 회담한 날이다.
이때 김일성은 북경에서 당의 실권자 등소평 및 총서기 호요방과 만나고 있었다.
이들의 회담에서 무슨 말이 어떻게 오간지는 아직 알려진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중공고위층의 발언이나 중공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중공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대화, 개방정책의 계속적인 추구를 강조했을것 같다.
북한으로서도 지금에 와서는 소련이 아무리 개입한다해도 중공형 개발로선을 바꾸기 어렵게 돼있어 중공측의 요구는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번 방중으로 김일성은 82년 이래 매년 중공을 방문한것이 되고 그것은 주로 종래의 폐쇄적인 자주경제로부터 지금의 개방화로의 전환을 위한 것이었다.
필경 지금 북한에서는 일부 강경파가 남북대화와 대외적인 개방정책을 극력 반대하고 있지만 현재의 노선을 쉽게 후퇴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와 개방으로 나올수록 소련의 군사원조 증가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안보태세를 늦출수 없는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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